살고 싶다면 생각하고 이동해! (If you want to live, think and move!)

paper(텍스트) · 2024

 

[무의식 이동 조건]

 

1. 가 본 장소일 것

2. 공간을 현실과 완벽하게 구상할 것

3. 과거일 것

4. 살고 싶다면 반드시 생각할 것

 

 

 

 

 

 

 

 

 

 

[주차장]

 예전부터 봐왔던 것 같은 익숙한 아리따운 짐승 한 마리

말 없는 이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교감했다.

간질거리는 울음소리는 차(車)와 차(車) 사이를 미세하게 비비적거리며 교감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

말없는 발자국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죽음의 발자국들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포를 못 이겨 차 뒤에 숨어버린 가녀린 육체

‘짐승 1은 어디에?’

 

죽음의 발자국들이 들고 가는 끝이 흠뻑 젖은 작은 머리

‘근데 짐승 1은 어디에?’

그다음 목표물은 차 뒤에 숨어버린 잔뜩 겁먹은 육체

.

.

.

생각하자, 생각하자,

말 없는 위기감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점점 선명해지는 죽음의 발자국들

차와 차 사이를 울리는 수많은 죽음의 발자국들

기억의 서랍을 뒤져 한 장이라도 찾아야 한다. 살고 싶다면.

 

‘맞아! 그때 무서워 숨었던 어두운 참치 전문점 냉동창고!’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시야 검은 비닐봉지에 가득 쌓인 참치 대가리들

-휴… 살았다.

‘근데 대체 짐승 1은 어디에?’

다시 돌아가 젖은 목덜미에 몸체를 붙여 주어야 한다. (불가능이 가능하기에)

 

(창고 문을 여니 흘러나오는 무대 연기 장치)

Q: 어머! 어디서 나온 거야?

A: 죄송합니다. 급한 사정이 있어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밖을 나서니 예전부터 봐왔던 것 같은 익숙한 짐승 한 마리

말없는 이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교감했다.

또다시 들려오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

말 없는 발자국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죽음의 발자국들

다시 생각해 숨어 들어간 냉동창고

‘짐승 2는 어디에?’

 

벽돌 틈 사이로 보이는 죽음의 발자국들이 들고 가는 익숙해 보이는 넙데데한 다리 한쪽

‘근데 짐승 2는 어디에?’

.

.

.

생각하자, 생각하자

말 없는 위기감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점점 선명해지는 죽음의 발자국들

기억의 서랍을 뒤져서 다음 장을 찾아야 한다 살고 싶다면.

 

“맞아! 매일 밤 찾아갔던 아늑했던 아무도 없는 폐버스 안!”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시야

-휴… 살았다.

‘근데 대체 짐승 2는 어디에?’

 

다리가 풀려 걷기도 힘든 가녀린 육체

7성급 호텔 침대처럼 편안해져 버린 낡고 썩은 버스 의자

 

“순간이동을 하면 뭐해!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멀어지지 못하잖아!”

 

퀴퀴한 먼지 연기 사이로 뱉어 보는 멋진 저항 정신

은 개뿔 입에서 산탄총처럼 튀어나오는 분비물은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다 소멸한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본능적으로 숨고 싶어지는 높은 폐건물

빛이라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생명의 햇살이 전부인 건물

 

한층 한층

올라가지만 들어가기 두려워지는 수많은 검은 직사각들

들어가야만 살 수 있는 직사각들

 

문득 생각나는 구절 하나,

-그대가 두려워하는 곳에 정작 필요한 것이 있다.-

약에 취한 듯 끄덕이는 검은 대가리

한동안 지낼만한 곳을 물색한다. 이 방(짐승 3), 저 방(짐승 4), 또 다른 방(짐승 5)

 

예전부터 봐왔던 것 같은 익숙한 짐승 친구들

말 없는 이들과 눈으로 마음으로 대화하고 교감했다.

서로 가여워하고 눈물을 흘리며 끓어질 단두대의 밧줄을 걱정했다.

 

할말 없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웅장한 장정 목소리들

말 있는 발자국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모든 걸 앗아가는 죽음의 발자국들

희미하게 밀려오는 낮고 낮은 죽음의 소리

 

‘당신은 모든 걸 다 보았고 그걸

당신의 스크린 위에 다시 비춰볼 수 있죠.

 

빛과 어둠 크고 작은 모든 것들

마음에 새겨 둬요

더는 필요 없어요.

 

과거는 이미 보았고

미래의 모습도 알고 있어요

 

모든 걸 보았으니

더 볼 것이 없답니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1) 56분 45초부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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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자, 생각하자,

말 있는 위기감은 육체가 느끼고 있다. 점점 선명해지는 죽음의 발자국들

살고 싶다면 생각하자, (오줌이 마려워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한층 한층

올라가지만 들어가기 두려워지는 수많은 검은 직사각들

들어가야만 살 수 있는 직사각들

 

썩어빠진 악취를 풍기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니 수줍게 앉아 있는 짐승 6

급히 싸고 뛰쳐나와 다른 문을 들어가니 있는 짐승 7

 

한층

더 올라가서 다시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니 지쳐 쓰러져있는 짐승 8

옆에 문을 들어가니 잔뜩 날이 서있는 예민한 짐승 9

 

생각해 내면 곧이어 끔찍하게 죽어 나갈 미래들

예전부터 봐왔던 것 같은 익숙한 친구들

말 없는 이들과 눈으로 마음으로 대화하고 교감했다.

서로 가여워하고 눈물 흘리며 끓어질 밧줄의 단두대를 걱정했다.

 

선명하게 올라오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겹겹이 쌓인 웅장한 목소리들

말 있는 발자국은 오장육부 육체가 느끼고 있다. 모든 걸 앗아가는 죽음의 발자국들

한층 한층

올라오는 높고 높은 죽음의 소리

 

한층 한층

올라오시는 높으시고 높으신 죽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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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자, 생각하자,

온몸은 풀리고 입김 나는 추운 복도에서 느껴지는 탈수하는 무더위

 

생각하자, 생각하자,

제발 생각하자, 제발 생각하자

비어있는 기억의 서랍에 묻어있는 흠뻑 젖은 목덜미의 자국

어딜 가나 좁혀오는 발자국 소리들

서랍을 열 때마다 조각나는 익숙한 친구들

오, 거의 다 도착한 선명한 죽음의 노래

 

‘당신은 모든 걸 다 보았고 그걸

당신의 스크린 위에 다시 비춰볼 수 있죠.

 

빛과 어둠 크고 작은 모든 것들

마음에 새겨 둬요

더는 필요 없어요.

 

과거는 이미 보았고

미래의 모습도 알고 있어요

 

모든 걸 보았으니

더 볼 것이 없답니다.’

 

-

 

왜인지 모르게 하나 되어 찬양하게 되는 노랫소리

이 추운 복도 한 가운데서 내린 무기력한 결론.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거의 다 도착하신 죽음의 무리

심장은 난타처럼 울리고

쥐어짜듯 흘러내리는 땀인지 침인지 눈물인지 모를 구정물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태어났던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조각난 뒤에

고스란히 찾아온 따스한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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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주는 이야기합니다.

: ‘이 건물 보시려고요? 이야 거참, 사장님 보는 눈 있으시네. 이 폐건물 조용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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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체 짐승 0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