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a letter to myself)
인간이 장난삼아 그려놓은 모순(矛盾)이란
원 안에 방황하는 한 마리의 작은 개미 같은 자여
걸어온 발걸음은 저 먼 광활한 바다를 보러 나아가,
진흙탕에 서서히 빠져 허둥지둥 대는 어리석은 인간의 뒷모습처럼
그 발바닥 밑은 끈적거리는 오물보다 더욱 지저분하니
곧 그것이 나 자신이 서 있는 위치임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가엾은 자아야.
생명의 태양을 등진 채 몰아치는 폭풍우에 몸을 던지지 말아라.
그저 한 그루의 젖은 나무껍질처럼 스스로의 본래 추악(醜惡)만 더욱 짙어질 뿐이니
내 두 눈동자에 비춘 이 세상은 아름다웠던 나비가
떠나간 빈 번데기의 허공(虛空)같이 참으로 비극이로다.
눈앞에서 수많은 생명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음에
당장의 자신의 거울 보기가 더욱 소중한 한 인간 본연의 형상처럼,
세상은 모래알보다 미세하게 이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자신과 바꿔 사고(思考)하지 못하는 게으른 인간의 형상처럼,
죽어서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으니
한 알, 한 알, 온전히 바라보고 만물이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라
이미 물러서는 법을 익힌 지혜로운 노인처럼,
나뭇잎도 때가 되면 그 모습이 변하고 미련 없이 떨어지니 자연을 닮아라
푸른 백색의 골이 될 때까지 고뇌하고 고뇌하면
그제야 물가에 비친 모습은 하얗게 될 것이니
깊은 심연(深淵), 먼지 쌓인 책 속에 쓰인 하얀 글자는
그대의 육신이 이미 까맣게 타버린 뒤에야 보였음이
애통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순환하는구나
다만, 이 글을 적고 있는 이가 명확히 예측할 순 있는 건
끝이 없는 무한한 우주를 향한 허무한 포효처럼
과도하게 부신 빛에 눈먼 자들은 서로 캄캄한 어둠 속을 즐겁게 헤매고 있겠지